1. 러시아에서 시작된 사모예드
러시아의 시베리아 툰드라 지방에서 생활하던 사모예드족이 기르던 개로, 사역견으로서 사냥, 썰매 등 척박한 환경에서 각종 노동을 거드는 개였습니다. 우리네 조상들이 품을 팔 듯, 이 녀석들도 일거리 있는 집안으로 서로 빌려주고 빌려오고를 수백, 수천 년 반복하여 개량되어왔으며, 알래스칸 말라뮤트, 시베리안 허스키 역시 비슷한 궤를 달리고 있습니다.
본래 사모예드족의 사역견이던 사모예드는 유럽에서 극지 탐험이 유행하던 20세기 초에 극지 탐험용 썰매개를 극지 원주민들에게서 배우는 과정에서 유럽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영국에서 품종을 확립하는 데 사용된 개 중 하나인 Antarctic Buck은 Carsten Borchgrevink 원정대의 생존자였으며 시드니 동물원에서 발견되어 Kilburn-Scott 씨가 영국으로 데려왔습니다. 당초 영국 땅을 밟은 사모예드는 대부분 흑색모와 갈색 모였지만, 인기가 많았던 백색 모의 사모예드만을 한정적으로 교배한 결과 현재 사모예드 하면 떠오르는 백색 모종이 압도적으로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912년 영국에서 정식 견종으로 등록되었습니다.
2. 풍성하고 아름답지만 관리가 어려운 털
사모예드의 외모는 커다랗고 풍성한 털이 특징입니다. 덕분에 몸집이 많이 커 보입니다. 원산지나 개체에 따라 주둥이가 넓고 전체적으로 북극곰을 닮은 외모를 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날렵한 주둥이에 얼굴이 작고 늑대나 여우를 닮은 녀석들도 있어서 개체에 따라 전혀 다른 견종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대체로 암컷이 더 늑대스럽게 생긴 경향이 있습니다.
털 색은 여러 가지이나 그중에서도 새하얀 백색 사모예드가 유명합니다. 개마다 색은 조금씩 달라서 백색, 크림색 혹은 거의 황색에 가까운 개체도 있습니다. 가늘고 부드러운 털이 촘촘하게 이중으로 깔려있는데 이 털들은 털갈이 때 아주 휘날립니다. 털이 하얗고 노는 것도 곱게 놀지 않다 보니 자주 씻겨줘야 합니다. 털 말리는 데만도 하루가 꼬박 걸리고, 애견 카페나 애견샵에서도 목욕 시간을 넉넉히 주거나(4시간 이상) 아예 뒤 타임 목욕 예약을 안 받기도 합니다.
성격은 웃는 얼굴에 새하얀 털 때문에 마치 귀엽게 생긴 북극곰 새끼 같기도 하고, 무난하고 친절한 데다가 진중한 느낌의 다른 사역견과는 달리 나름 애교도 잘 떠는 편입니다. 충성심도 없는 편이 아니어서 이 정도 크기의 개 중에서는 선호도가 높습니다. 그러나 너무 공격성이 없어서 집을 지키는 용도로는 부적합합니다.
자체적으로 털이 많고 잘 빠지는 것은 기본이고 털 자체가 하얘서 조금만 더러워져도 바로 티가 나는 데다가 곱슬 과 직모가 혼재된 털이 이중모로 나 있어서 속털이 마구 엉키기 일쑤에, 방수까지 잘 되는 성질을 갖고 있어 한번 더러워졌을 때 목욕시키기가 매우 힘듭니다. 쉽게 말해서 털 관리가 힘든 강아지로서의 모든 기본소양을 다 갖추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셈입니다. 설상가상으로 나이가 들수록 털이 적어지는 다른 강아지들에 비해 사모예드는 털 총량이 그다지 줄어든단 느낌도 적은 판에 오히려 털이 더욱 붕 뜨는 편입니다. 털 관리가 엄청나게 많이 필요한 강아지인데 혹여라도 이런 부분에서 예민한 성격을 갖고 있다면 그야말로 고난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여름에 씻겼다가 습한 날씨가 계속되거나 제대로 말리지 못하기라도 하면 곰팡이와 피부병이 옵니다. 거기에 엄청난 털 때문에 낫는 속도도 느립니다.
거기에다가, 한국의 기후는 겨울엔 고향 시베리아와 크게 다른 점이 없어서 사모예드에겐 천국과 같은 환경이지만 반대로 여름엔 가히 동남아 기후를 방불케 하는 폭서기이기 때문에 북극에서 온 모든 썰매견들한테 물론인 것처럼 사모예드한테 이런 더위는 불지옥 그 자체입니다, 그렇기에 여름 내내 에어컨을 항상 빵빵하게 틀어주고 개 전용 대리석, 쿨팩 등을 장만해줘야 합니다.
이 점은 시베리안 허스키도 비슷하지만, 시베리안 허스키는 어느 정도 더위까진 버티는 데 반해 사모예드는 좀만 더워도 에어컨을 두들기고 냉장고 안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추위에 잘 견딜 수 있을지에 특화시켜서 품종 개량된 산물 그 자체인 만큼, 매일 에어컨을 틀어주지 않는 수준이면 강아지가 열사병에 걸릴 수도 있으며 이렇게 하더라도 바깥의 더위는 어찌할 수 없으니 산책을 시키러 데리고 나가면 낮엔 나가자마자 지치고 해가 져도 금방 지쳐서 정말 놀고 싶어 하는데 더위에 뻗어버리는 가여운 모습을 자주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요약하면, 키우는 동안 털과 관련된 애로사항이 매우 많은 만큼 이러한 부분을 제대로 책임질 수 없거나 여름 내내 에어컨을 틀어줄 만한 경제력이 없다면 애초부터 입양을 포기하는 것이 옳습니다. 털을 밀어볼 생각도 할 수 있겠지만 이중모 견종의 특성상, 털을 필요 이상으로 짧게 깎으면 영구적 탈모 증상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강아지의 피부건강까지 나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3. 총평
지금까지 사모예드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귀엽고 풍성한 털에 웃는 얼굴이 아주 인상 깊은 견종인 것 같습니다.
마냥 풍성하고 예쁘다고만 생각했던 털이 이렇게나 관리가 어려운 줄은 몰랐습니다.
러시아에서 시작된 강아지인 만큼 환경 조성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털 관리에 자신이 있고, 맞춤인 환경을 조성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귀엽고 대형견 사모예드는 어떨까요?
이만 포스팅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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